김광진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회장. 그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유달리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업계 최초로 거둔 성과가 유난히 많아서다.
김 회장은 국내 저축은행업계 최초로 외자유치에 성공했다. 2000년 7월 미국 나스닥 상장회사인 스위스 머서, 2002년 5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에서 잇달아 투자를 이끌어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담 부서를 발족시킨 것도 업계 최초였다. 김 회장은 2001년 4월 저신용자 대상 소액 신용대출 상품도 금융권 최초로 개발했다. 은행과 사채시장의 틈새를 겨냥한 사채대환상품 `체인지론`이 그것.
리스크관리시스템(RMS)을 금융권 최초로 자체 개발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2001년부터 체인지론을 통해 확보한 소액여신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근간으로 체계적인 개인 신용심사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현재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한 `알프스론`은 이때 개발한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체인지론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김 회장은 자신에게 따라붙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변화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의 결과라고 말한다.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자연스럽게 얻게 됐다는 것이다. 그에게 현실 안주란 없다. 그는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했다.
그가 경영자 자질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도전정신`이다. 김 회장은 "도전정신 하나만큼은 타고난 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사업가가 꿈이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사업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하지만 오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기회였다. 1978년 군 전역 직후 아버지가 혈압으로 쓰러져 돌아가신 것.
부친의 부재 속에서 시작된 그의 첫 사업은 처참한 실패로 돌아갔다. "사업 계획이 철저하지 않았고 준비도 부족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김 회장의 말이다.
김 회장은 이후 모 증권사에 입사했다. 입사 초기에는 `평생직장`을 꿈꾸기도 했지만 직장인은 그의 갈 길이 아니었다. 그는 "평소 우러러보던 부장이 주식투자를 잘못하는 바람에 어느 날 갑자기 알거지가 된 광경을 보며 `이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굳혔다"고 말한다.
직장 생활을 그만둔 그는 1985년 30세 나이로 라코를 창립하며 투자자문업을 시작했다.
첫 사업의 실패가 쓴 약이 됐는지 이후 동아투자자문 시절을 거쳐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 이르기까지 김 회장은 큰 실패 없이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기회를 포착하고 움켜잡는 능력은 김 회장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이다. 그는 기회인지 아닌지를 정확히 읽어내는 감각이 탁월하다. 일단 포착한 기회는 놓치지 않는 추진력도 갖췄다.
김 회장이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도 이런 능력을 갖춘 덕분이다.
대표적인 것이 외환위기 때의 경험이다. 동아투자자문 대표를 역임하며 채권에 투자하던 그는 외환위기로 채권 시세가 급락하자 큰 손실을 봤다. 다른 투자자들이 `손해 보고 팔 수는 없다`며 보유 자산을 움켜쥐고 있을 때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김 회장은 과감히 손절매를 택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판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채권을 되샀다. 위기가 진정되자 채권 값은 몇 배로 뛰었다.
김 회장은 채권에 투자해 돈을 모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신규 사업을 시작했다. 작지만 여ㆍ수신 기능이 있고 금융산업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금융회사로서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보았던 것.
1999년 인수 당시 `현대상호신용금고`라는 이름으로 자산 규모가 800억원에 불과했던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10년 만에 자산 규모 2조7600억원(연결기준)의 대형 우량 저축은행으로 탈바꿈했다.
김 회장이 최근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도 `위기는 곧 기회`라는 인식 때문이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올 들어 서울 강북에 점포 4개를 새로 열면서 점포망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는 9월에는 캄보디아에 현지 은행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지방 소재 저축은행에 대한 인수ㆍ합병(M&A)도 적극 고려 중이다. 지난달에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자산운용사 설립에 대한 본허가도 받았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도 구축했다.
최근 경제 사정이 안 좋은 상황에서 무리한 사업 확장이 아니냐는 지적에 김 회장은 "신규 사업이나 M&A는 불경기 때 낮은 비용으로 시도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이 오히려 적기"라고 단언한다.
이 같은 자신감은 2년 전부터 경기 하강에 대비해 철저히 리스크 관리를 해온 데서 비롯된다.
김 회장은 "잘나갈 때 잘못된 제도와 시스템, 관행을 바꾸고 내부 효율을 높여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C(Change)프로젝트`로 대변되는 조직문화 개선 작업에 매달려 왔다"며 "예정된 스케줄대로 목표한 사업들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축은행 PF 부실 문제와 관해 김 회장은 "상황이 어렵기는 하지만 저축은행 업계가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두었기 때문에 위기라고까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관련해서는 "다른 저축은행과 달리 시공사 신용등급보다는 PF 자체 사업성에만 초점을 둬 투자했기 때문에 건설경기 부진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He is…
= 김광진 회장은 치밀한 업무 처리로 정평이 나 있다. 경영전략회의 때의 예리한 지적은 전문 지식으로 무장된 노련한 부서장도 꼼짝 못하게 할 정도. 하지만 마음만은 어떤 CEO보다 따뜻하다. 직원들의 사는 곳, 아이들 이름은 물론 헤어스타일 변화까지 꿰뚫고 있을 정도로 직원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덕수상고 △단국대 경영학과 △라코 설립 △단국대 경영대학원 수료 △동아투자자문 전무 △동아투자자문 대표 △현대상호신용금고 대표이사 △고려대 경영대학원 수료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현대스위스Ⅱ저축은행 회장, 현대스위스자산운용 대주주